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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2017)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부터 이한열 최루탄 사망사건까지
129분 내내 긴장감있게 끌고가네요.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그런 영화들 특성상 누가 누구인지 헛갈리고 배우들을 자꾸 보여주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영화는 각 유명배우들이 누구하나 튀지않게 자기의 크고작은 역할에 딱 맞게 재단되어
정확하게 들어맞은 모양새라서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어요.
근데 더 흠잡을 데 없는건, 그 시절 실제로도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힘을 내서
큰일을 이뤄냈다는 거겠죠..
그러면서도 이게 30년밖에 안된 일이라는게 믿기가 힘듭니다..
영화 중반에 나왔던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남영동 대공수사처 박처장.
북에서 월남해온 그는 말투는 북한사투리를 쓰고있으면서도 남한의 빨갱이 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게있는 김윤석 배우가 멋지게 연기했구요,
그의 오른팔은 유승목 배우가 연기했는데, 여기저기 많이 나왔죠. 해무에도 나왔고..
안기부 장부장으로는 문성근 배우가 출연. 각하의 심려를 전달하는 역할.
남영동 고문실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합니다.
조반장 역에 박휘순 배우 나오고 그 옆엔 범죄도시 이수파 두목 장이수 박지환 배우도 나와요.
이들은 중대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불러 살려내라고 하는데, 이미 회생 불가능..
영화에선 나중에야 얼굴이 나오는데, 이 박종철 역할로 여진구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나랏일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다고 크게 개의치 않고 덮으려는 박처장.
일을 잘 덮으려면 시신은 곧바로 화장시켜버려야 무마되겠죠,
화장을 위해 서류를 급히 조작해서 만들어갔는데, 당직 검사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
그런데 서울지검 최검사는 수상한 냄새를 맡고 도장찍기를 거부합니다.
짜장면을 먹으려다 말아서 면이 불었다고 투덜대는 하정우 배우. 하정우 먹방 실패. ㅋ
틈틈이 술을 마시며 일하긴 하지만 그는 윗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소신을 지킵니다.
이렇게 소신있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어야지요.
최검사는 박처장과 정면대결을 하고
박처장은 부검의뢰서를 찢으며 최검사를 대놓고 무시하고 똥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부검을 하긴 하게 됩니다.
부산에서 아들 소식을 듣고 올라온 가족들의 오열..
형식상 부검 현장에 참석하게 된 삼촌역에 조우진 배우.
최근 보안관에서도 웃겼고 부라더에서도 웃겼는데
숨죽여 오열을 하던 그는 부검장을 빠져나오며 기자들에게 소리를 질러 진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대공쪽에서 이미 그가 찍소리 못하게 붙잡아 급히 차로 이동시켜버려요.
한편 최검사는 윗선에 대들고 도장을 안 찍은 것으로 결국 옷을 벗게 되고
짐을 싸서 나오는 길에 자신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윤기자에게 사건파일을 슬쩍 남기고 갑니다.
이희준 배우가 연기했어요.
눈치빠른 그는 운구차량 여러대 중 차번호를 봐뒀다가
박종철 삼촌과 아버지가 화장한 뼛가루를 뿌리는 걸 따라가서 지켜보는데
이 장면 너무나 슬펐어요.
삼촌이 뼛가루를 뿌렸는데 살얼음이 언 강 위에 뼛가루가 얹혀서 스며들어 흘러가지 않자
그 추운 강 안으로 들어가서 오열하는 장면.. ㅠㅠ
여기저기 조연으로 많이 얼굴 비추시는 김종수 배우가 연기했는데, 아 진짜 연기 쩔어요.
윤기자는 열심히 취재를 계속하고
치안본부 강본부장은 기자회견을 하다가 말을 잘못 흘리고
박처장은, 박종철이 긴장해있던 상태에서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하죠..
기자들은 강본부장이 흘린 중대병원 의사를 찾아가고
중대병원 의사도 딱히 언론플레이는 못하는 가운데
윤기자가 화장실에서 계속 기다렸다가 의사에게 물어보고 목격한 걸 듣습니다..
신문사에서는 고창석배우가 연기한 사회부장이 보도지침 집어치우고 취재해오라고 멋있게 말하고
청와대 안기부쪽에서는 각하가 심려가 크시다며 압박이 마구 들어옵니다.
박처장은 심복으로 아끼던 대공수사처 조반장을 어쩔 수 없이 감사받는 식으로 넘겨주는데
그건 가벼운 감사가 아니고 살인범으로의 체포였지요.
그나마 고문받던 조반장을 박처장이 꺼내주었지만 영등포교도소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집행유예로 꺼내주겠다고 했다가, 대통령 특사로 꺼내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조반장 가족들을 월북하다 사고난걸로 하겠다고 위협해서 조반장의 입을 다물게 해요.
한때 노조를 결성하려다 징계를 받은 영등포교도소 교도관 한병용 역에 유해진 배우.
그는 재야인사인 김정남을 도와 정보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누나네 가게에서 조카 연희와 함께 살고있는데요,
어느날 오다가 길에서 주웠다며 연희에게 내미는 백화점 쇼핑백.
그 안에는 연희가 넘나 좋아하는 마이마이가 ㅎㅎㅎㅎ
그러나 선물은 공짜가 아니었으니, 김정남 측에 정보가 담긴 잡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자신이 직접 가기에는, 병용의 외모가 불심검문에 항상 걸리는 외모라서요.. ㅎㅎ
아니나다를까 연희는 불심검문을 한번도 당하지 않는 무적입니다 ㅎㅎ
김태리 배우는 아가씨에서도 좋은 연기 보여주더니 여기서도 연기 굿~
사실 그녀는 삼촌의 일을 도와주는 것도 싫고
학생들이 시위하는 것도 싫어요.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한열이 섭외하러 왔을 때도, 그날이 오면 악보를 보고는 그날은 안온다고 말해요.
박경혜 배우가 연기한 친구와 함께 대학 신입생인데,
길거리에서 학생시위를 맞닥뜨려 무자비한 진압에 도망치다가 어떤 남학생이 그녀를 도와주는데
이때 남학생 이한열 역할로 나오는 게 강동원 배우.
다행히 신발가게 아주머니가 두 사람을 숨겨줘서 위기를 모면해요.
이한열의 얼굴을 본 연희는 그 대신 신발값을 내주는데..
나중에 학교 캠퍼스에서 마주친 한열은 연희를 못알아보는것같고 만화사랑이라는 동아리 홍보만 해요.
그런데 친구에게 이끌려 가본 동아리 비디오상영회에서는 만화 관련이 아니고
518 광주항쟁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잔혹한 현장의 모습에 충격받고 뛰쳐나가는 연희..
삼촌이 한번 더 잡지 전달을 부탁하자 연희는 마이마이도 되돌려주며 안하겠다고 했는데
어느날 들이닥친 사람들이 삼촌을 잡아갑니다.
연희의 엄마는 동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 앞에 가있고
연희는 엄마를 찾으러 그곳에 갔다가 우루루 나타난 봉고에 잡혀가게 되고
그 사람들은 연희를 허허벌판에 떨궈놓고 가버리죠.
연희는 한열에게 전화를 하고, 한열은 신발 한짝을 잃어버린 연희를 위해 새 신발을 사옵니다..
그러고나니 연희는 삼촌도 더 걱정되고 자신도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삼촌이 서랍속에 쪽지와 함께 남겨둔 잡지를 전달하러 가지요..
그 잡지에는 수감번호 4879 김의성 배우가 연기한 이부영 기자가 적은 글이 들어있는데,
그 출처는 사실 대쪽같이 맡은 일만 하는것 같던 교도소장이었습니다.
교도소장은 처음엔 업무로 인해 알게된 건 비밀로 지킨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막무가내인 박처장을 보고 그동안 들은 무자비한 대화내용들을 적어서 갖다줬어요.
비둘기를 기다려왔던 김정남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게 이를 넘기고,
이것이 기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결국 박처장이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되게 됩니다..